진실과 거짓(TRUE or FALSE), Path of Polygraphy
김재중의 트윗이 뜬 날, 몇몇 사람들은 원작 Eyal의 단독포스터를 연상하고 지목했더랬습니다. 좌우반전을 시키면 정말 흡사하죠. Eyal이 거짓말 탐지기(polygraph)의 결과값을 그래프로 그려주는 막대들을 가슴과 머리에 대고 있는 상징적인 포스터였죠. 아마도 머리와 가슴이 가리키는 대로 true와 false를 감별해내야 하는 상황을 표현한?. 그러고 보니, 이 드라마 ‘스파이’의 (인트로를 제외한) 1회의 시작도 선우가 거짓말 탐지기 테스트를 받던 장면이었습니다. (그나저나 우리의 스포돌이 김재중이 무엇을 말해주고 싶어서 저걸 올렸나? 선우가 이제 계속 멘붕이라는겨? 아님 그 포스터대로 진위를 가려가며 진실을 찾아서 해결해내야만 하는 단계라고 알려주고 싶은겨? 니 원작 안봤다매?) 하여간 그 며칠 뒤에 11~12회는 시작되었고, 본방으로 보던 날은 극이 3/4분기이므로 제 불안의 근원(한드化패치-대표적으로 ‘새로운 사랑, 달라진 케미’ 타령 --;)에만 너무 매몰된 나머지, 막상 발로 보고 흥분했음을 고백합니다.
- 바로 그 전 주, 지난 10회에서 ‘남견(南羂) 송중혁 영감’께서 이르시길, ‘정보를 들었으면 분석을 해. 흥분부터 하지 말고. 응? 너 이러니까 그때도 실패했던거 아냐~?’ 라고 하셨습니다.
예전에 7~8화 감상문에서 저는 “7회차는 (관객에게) 통째로 FAKE인 것 같고 알고 보면 TRAP이 분명하다! 그리고 드라마 내적으로 윤진이는 바로 그것, ‘FALSE’의 상징적 존재다!” 라고 죽어라 주구장창 파헤쳤으면서. --;;
며칠 뒤 11~12회를 다시 보는 데, 별로 부대끼지(아프지) 않더라고요. 허위를 파내는 건 즐거운 작업이거든요. 그리고 지난 9~10회에서 중요했던 기철의 부분을 제가 상세히 적지 않았음을 문득 떠올렸습니다.
잠시 변명 겸 다른 이야길 하자면, 며칠 전에 제 친구는 저를 나무랬습니다. ‘어쩜 그렇게 선우얘긴 안쓰고 다른 인물들만 쓰냐고?’라며 질타를 던지더라구요. 음… 그날은 더 혼날 까봐 대답을 못했는데, 실은 저는 김선우에 대해선 쓸 게 전혀 떠오르질 않으니까 쓰지 않았을 뿐입니다. 그 친구를 보면 부대끼기만 하지 할 말이 없었어요. 그리고 곧이어 잔인무도하게도 그게 내 탓이 아님을 깨달았습니다. 등장인물들의 중심으로써 다들 그를 원하지만, 철저히 그들의 이야기 속에 공통분모로써만 존재하는 그는, 꽤나 ‘타자화’되어있고 그들에 의해 소용돌이에 말려들어가는 모습위주로 비춰져 있으니까요. 그런데 ‘나는 김재중 팬인데 그동안 왜 불만이 별로 생기지 않았던 거지? 아니 지금도 왜 없지?’ 그게 갑자기 궁금해지긴 시작했습니다……. 만 역시나 먼저 떠오르는 건 기철. --; 그리고 …
- 아~! 선우 인물만 ‘왜?’를 거의 제거하고, 다른 주요 인물들을 모조리 먼저 그려내고 드러내가면서 사건들을 진행시키고, 그 뒤에야 선우를 제대로 알 수 있도록 또는 되돌아 볼 수 있도록 짜여져있던 거구나! 정말 지.독.하.게 !!
(그리하여 오늘도 저는, 친구의 질타와 기대를 배반하고 기철 이야기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의외로 재미있을지도 몰라요. ㅎ)
1. 기철 : TRUE, Truth, Trust
지난 9~10회 감상문에서 살짝 지나치듯 말했지만, 일단 그는 엄마 혜림과의 관계-역학구도에서 ‘옛 연인’스러운 면이 더 엿보이고, (윤진이와 반대로) 진짜 감정이나 진심 같은 건 전혀 드러내질 않고 위악적인 태도, 특히나 혜림과 선우에게 유독 많이 드러냅니다. (윤진 캐릭터는 정말이지 그녀의 ‘진심’이 설득력 있게 그려지고, ‘선함’을 유감없이 드러내죠. ㅎ) 또한 지난 모든 회차들을 돌이켜보아도 그는 늘 사실(fact)나 진실(truth)만을 말해 왔습니다. 중의적인 대사일 때에도 확장이 가능했던 그 모든 의미들이 죄다 진실(true)이라고 저는 판단합니다. ex) ‘동무의 선택이야’, ‘김선우가 모든 걸 알고도 널 받아줄까?’ 등등. 심지어 그가 (제 눈엔) 거짓말을 하는 것일 가능성이 컸던 오태식에게 했던 대사(9회) : ‘(손을 내밀며) 저를 이 꼴로 만든 여자입니다. 이 작전이 끝나면 김성혜를 직접 이 손으로 처단해서 제 충성을 증명하겠습니다.’를 황기철은 ‘자신의 그 손’으로 자신이 거짓말(?)을 건넸던 오태식을 제거함으로써 거짓(?)을 말했던 것의 실존 자체를 삭제시킵니다.
무시무시하게 피가 튄 얼굴로 광기에 어려있지만, 그만큼 그가 ‘진실만을’ 말하는 사람인지 각인시켜주는 장면이었습니다. 집행자Executer의 모습이 추가되었고, 그리고 시청자에겐 계속 해설자이자 고발자의 면모[1]를 지니고 있기도 하죠. (실제로 주인공 선우[2]는 그와의 결탁을 결심한 이후에 기철이 주는 모든 정보를 TRUE로 가늠하고 다음 판단과 다음 행동으로 행보를 옮깁니다. ☜ 아버지에게 전화를 할 때나 김현태에게 정보를 줄 때를 보면 기철의 모든 정보를 이미 ‘진실’로써 직관적으로(instinctively) 간주하고 있는 양상.)
이런 전제를 두면, 그가 혜림을 도발했던 모든 대사들(‘얘가 나랑 인연이 깊지’ ‘그땐 너도 좋아했자나?’ 등) 또한 ‘진실’일 가능성이 농후해집니다. 더불어 그녀의 혐오는 후향적 부정denial에서 비롯된 것일 가능성도… 다시 말씀 드리지만, 그는 선우의 생물학적 애비, 1순위 맞는 것 같습니다. 예. --;
무엇보다 그의 면모들 중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그가 전반적으로 늘 혜림에게 위악적으로 굴고 괴롭히는 말을 하긴 해도, 막상 혜림이 박박 긁어대며 그에게 상처가 될 법한 말을 던지면, 그는 매우 모호한, 참 알 수 없는 무표정을 짓습니다. 더 이상 대응도 안하고 그리고는 얼굴의 흉터를 긁죠. 문득 지난 모든 회차들을 돌이켜서 생각해보면 그가 흉터를 긁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선우와 혜림을 만났을 때뿐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가 오태식이나 윤진 앞에서 흉터를 긁은 적이 없어요. 드라마 시작부터 매우 반복적으로 보여주었고 그래서 의식을 잃어가던 선우조차 그의 흉터를 각인imprinting하게(1회 인트로) 만들었던 기철의 signature같은 저 행동[3]. (12회까지도 자꾸 보이면 의미를 파헤치라고 넣는 것 아니겠나요? 하하)
왜 선우와 혜림을 보면 가려울까요? 그리고 자꾸 긁는 그 흉터는 혜림과 선우로 인해[4] 발생한 상처의 흔적입니다. 이것을 ‘마음, 정신’으로 치환해볼 수밖에 없더군요[5]. 마음이 가려운 것? -> 우리가 ‘아옼! 이거 참 근질근질해서 죽겠네~!’라고 외칠 때란? 예, 그는 그들에게 ‘무엇인가 말하고 싶어서, 고백하고 싶어서 죽겠는’ 것이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게 무엇일지 아직은 아무도 모르죠. 다만 12회를 통해 (진실만을 말하는)그가 혜림에게 함께 떠날 것을 제의했고 그 장면들로 인해 그가 아직도 여전히 혜림을 원하는 것 아닐까? 라고 추정만 가능합니다. 그리고 기철이 선우를 적극 가담시킨 ‘문제의 그HDD’는 이미 (송중혁과 황기철 둘 다를 통해서) 거대한 ‘돈먹기 한판의 상징’이었고, 그가 ‘보위부’나 ‘당’과도 별개로 독립적으로도 움직일 수 있는 변수가 있음을 보여주었었습니다. 게다가 그는 ‘다시는 속박을 당하지 않겠다는 그의 갈망’도 이미 드러내었습니다. (9회에서 선우가 던진 수갑을 보고 뱉는 말)
지난 9~10회 소감글에 의뭉하게 숨겼던 선우 출비의혹에 대한 저의 단정(☞‘선우는 아빠가 정말 둘 이라고!’, ‘그것도 기철아빠가 1순위라고!)은 여러분께서 발상을 전환하기만 한다면, 비록 로또나 환타지는 아니어도 꼭 비극이나 재앙만은 아닙니다. 11~12회를 보다 보니 옛날 영화 ‘파더스 데이, 1997’가 떠올랐거든요. 나스타샤 킨스키가 아주 예쁘고 매력적인 모습으로 특별출연을 해줍니다. 미국에 사는 두 남자(옛 애인인 빌리 크리스탈, 로빈 윌리엄스)에게 자신의 사춘기 반항아 아들이 가출했다고 찾아달라고 하면서 둘 다에게 ‘네 아이’라고 말해줍니다. 그리하여 그들은 내내 좌충우돌을 겪고 결국 그 아들은 두 명이나 되는 ‘좋은 아빠’를 얻고, 두 아빠와 아들은 새로운 ‘가족’을 형성합니다. (그녀의 과거 3다리는 영화상 전혀 문제가 안됨. 진짜 애아빠는 제 3자임.).
우리의 이 드라마 ‘스파이’가 엄마가 스스로 비밀들을(간첩&출비) 간직했고 그로 인해 오해가 빚어지고 각종 사건도 불러일으키지만, 이것이 차라리 드러남으로써 해결이 될 수도 있는 시련의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마냥 재앙이라 단정할 수는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아빠가 둘[6]이라는 것이 결코 재앙이 아닌 축복의 기회로 변모시킬 수 있는 선택이나 여정에 들어섰을 지도요. 저는 이것이 특히나 ‘그녀 혜림’의 여정이라고 생각합니다(숨어살았으나 끝내, 그리고 자꾸만 기철과 엮기게 되는 이유와 그 뜻-「전지적인 분의 섭리」을 깨달아야함). 저 부분을 그녀가 이 여정과 바른 선택을 통해 수용하기accept 시작하면 그녀의 ‘고리’는 해결되는 것이 아닌가? 라고 생각하게 되었거든요.
그런데 진실만을 말한다는 그가 그녀를 아직도 원하고 있음을, 심지어 그녀와 같이 죽는다면 그것도 괜찮을 거라고 보여주기 시작하니, 이 ‘판’의 설계자인 기철을 두고 제가 지난 소감문에서 「‘(내 자식일)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우와 엄마를 자신의 설계판의 말로 이용해먹고 ‘그 가능성’조차 선우와 엄마를 움직이는 데에 이용해먹는 그런 인간」 이라고 표현했던 것을 철회는 물론이요, 이거 뭐 참회도 해야 하는 겐지? 하하.
그는 그들에게 말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그리고 되찾길 원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그녀를 되찾고 그녀의 아이를 선택하기 위해서, 다시는 세번째 부인denial[7]을 하지 않기 위해서, 그녀와 아이를 일부러 이 판에 포함시켰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저 선우가족의 세계에 자신을 드러내고 침입해야만 끼어들어가야만 그 기회를 얻고, 함께 헤쳐나가야만 풀리고 연결될 그 무엇들이 있으므로, 그 모자를 이 거대한 ‘돈 한판의 설계도’에 기어이 끌어들일 수 밖에 없었던 측면이 존재한다는 거죠. 그의 자유를 위한 한판이기도 하지만 그는 그토록 선우와 그녀를 절실하게 원하는 것 같아요.
닭이 울기 전에(새벽이 오기 전에[8] or 드라마가 끝나기 전에) 세 번째 부인을 하지 않기 위한?, 그럼으로써 되찾거나 적어도 오해를 풀고 이해를 얻기 위한? 그의 절실한 그 한판을 지켜보는 것인가? 싶어져서 그가 몹시 흥미롭고 마음도 저절로 좀 아파지는[9] 회차들(9~12회)이었습니다.
2. 엄마 vs 선우, (거울 윤진) : true, truth, trust
엄마 혜림과 선우가 다시 카레를 두고 보여준 씬들이 정말 가슴이 많이 아프죠. 한편 오해가 오해를 낳은, ‘오해들의 현장’이기도 했습니다. 그렇기에 쳐다보는 사람들이 가슴이 아프고요. 그저 한두개의 오해들만 드라마속에서 보여줘도(로코에서 서브악녀가 여주를 곤경에 빠뜨리는 데, 남주가 그걸 오해한다거나, 그런데 여주는 그걸 밝힐 수조차 없어서 슬퍼하고…뭐 이정도 한두개의 오해 갖고도) 그 폭폭함이 이루말로 할 수 없는 법입니다. 그런데 저 카레식탁씬은 그야말로 셀수도 없는 다수의 대오해들과 미묘한 파생오해들까지 가득가득 두 사람 사이를 막고 서로의 심장을 벱니다. (아 쫘식…엄마가 할 말이 있다고 계속 그러는 데, 끝내 안듣고 가요~ㅋㅋㅋ) 오해는 숨기거나 속이기에 발생하기 마련입니다. 2차 모자전투도 참…
제가 예전에 윤진이를 이 모자 둘 사이에 낀 ‘양면 거울’같은 존재라고 표현한 적이 있습니다(카레X3). 아마 당시엔 윤진이가 엄마랑 유사한 설정(중국 조선족 & 간첩) 그리고 엄마를 고리로 양면 엄마시늉을 해서 선우가 넘어가는(거울그녀를 보고 엄마를 연상해서 좋아하는) 것으로 일단 받아들이셨을 겁니다. 그럼 선우에겐 정확히는, 거울이 아니자나요? ㅎ
하지만 다른 의미에서 그녀는 양면거울입니다. 그걸 11회 카레 식탁씬에서 유감없이 다시금 보여줍니다 : ‘사랑해서라고 말하고 싶지만 실은 믿지 못한 거겠지. 아마 엄마도 (나랑) 마찬가지였을 거야.’ [10]
1) 선우는 엄마(의 사랑)를 믿지 못하지만 그래도 자신은 엄마를 사랑하니까 엄마에게 위장된 모습을 보여왔던 것이라고 말합니다, 2) 엄마는 자신의 비밀을 선우가 안다면, 선우가 자신을 지금처럼 사랑할 리가 없고(trap적 표현임, 엄마는 아들이 자길 사랑하던 말던 그게 중요한 사람이 아님. 엄마니까) 선우에게 좋을 일이 없어서 숨겼다고 생각합니다.
자 이 두가지 1)과 2)를 모두 갖고 있는 인물로 누가 떠오르시나요? 윤진입니다. 그래서 그녀가 이 모자 각각에게 ‘거울 쌍둥이’이자 ‘오해 및 FALSE’의 상징인 것입니다.[11] (또 말하지만 간첩인 것은 문제도 아니야~~)
자 이번엔, 드라마속 행위나 모습으로 그들이 왜 ‘거울 쌍둥이’인지를 언급해보겠습니다. 윤진-엄마 오버랩되는 부분들은(중국 조선족, 간첩, 외모, 취향흉내, 성격시늉) 이제 더 이상 언급을 할 필요가 없겠죠. 그럼 선우는 이 드라마속에서 윤진이와 오버랩되는 다른 부분[12]이 그동안 하나도 없었을까요? 분명히 있었습니다. 다들 선우의 ‘선함’에만 이목이 꽂히셨을 뿐.[13] 바로 이것이 그동안 이 드라마가 ‘왜 선우의 주변인물만 빙빙 잘돌려 보여주면서도 막상 선우는 어딘가 질리도록 ‘타자화’되어있던가?’를 제게 환기시켜주기 시작한 부분이었습니다. 그리고 또한 그동안 그의 행위나 양상들에는 「’왜?’ 라던가 ‘동기’」, 「(그런 행동을 한)’선택의 과정’」을 보여준 적이 거의 없습니다. (‘선우는 착하니까 주인공이니까 ㅋㅋㅋ’ 라고 하기엔 노골적인 수준이었다고!).
한줄 요약 하자면, ”우리는 (주인공) 선우를 몰라요!”
3. 선우 : 나에 대해서 얼마나 안다고 생각해?
늘 ‘주변인’이었긴 해도 이 드라마 속 한줄기 오아시스 영서는 그동안 몇차례나 이상한 증언들을 우리에게 던져주곤 했었습니다.
- 아니 오빠랑 또 싸워? 샌님 같은 오빠랑 도대체 싸울 일이 뭐가 있어? (6회) : 그전에도 선우와 엄마는 트러블이 분명 존재했었다는 증언, 한편 늘 선우가 져주고 살았을 가능성도 함께 드러냄. 무려 6회에!
- 오빠도 어른인데 카레가 싫을 수도 있지 : 도대체, 과연, ‘진짜’ 선우는 카레를 좋아하는 겨? 싫어하는 겨? @@; 카레는 이렇게 또 점점 미궁으로 빠지고 …[14]
- 엄마가 그런다고 오빠가 엄마 좋아할 것 같아? 오빠도 엄마를 지긋지긋해 해. 엄마는 오빠가 좋아하는 모든 걸 싫어하니까 : 선우는 엄마를 지긋지긋해[15] 했다. 그리고 선우는 (우리는 전혀 모르는) 좋아하는 것이 따로 있다?.
그리고 (주인공인데도,ㅠㅠ) 그동안 이 드라마의 진정한(=’의도적’ ‘고의적’ 이라고 읽어주시길) ‘주.변.인.’이었던 선우는 드디어 (6회 모자전투 때의 ‘살짝’ 이후로는 처음으로?) 11~12회에 들어서서야 자신을 증언합니다.
- 엄마는 나에 대해서 얼마나 안다고 생각해?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뭘 좋아하는 지, 다 안다고 생각해? (6회)
- 자기랑 같이 있을 때 편안하고 행복한 이유, 나 이제야 깨달았어. 자기한테는 진짜 내 모습 감출 필요가 없으니까 : 그동안 시청자에게 안보여준 ‘진짜 내 모습’이 뭘까요? 달리 말하자면, 선우가 윤진에게는 그간 ‘진짜 자신 모습’을 드러내고 살았었는지 몰라도, 우리는 선우가 윤진이랑 있을 때 장면으로는 주로 ‘쬽쬽류’ 말고 본 게 없는 듯. --; 그리고… 어쭈구리~?[16]
- 그건 너도 나를 몰랐던 거겠지 at ‘화장실’
※ 11~12회 소감문② 에서 계속.
[1] 7~8회를 통해서는 이 판의 설계자이자 주관자임을 보여주었고 6회의 모습까지 포함하면 판관Judge의 모습도 엿보임. 그리고 그는 많은 것을 알고 있고 우리가 모르는 면모도 모두 지켜봐 온(감시 및 관찰해온) 목격자Witness이기도 합니다.
[2] 1회에서부터의 선우를 보면 이야기속의 주인공다운 수난자 고행자로서의 면모 외에, 가끔가다 선험적 예지자(prophet)로서의 부분들이 엿보임. 가끔씩 그는 작품을 관통하는 예지적 대사를, 자신도 그 뜻을 제대로 모르는 채 줄줄 말함. 역시나 그는 작가에게 선택된 the one이던가? …ㅋㅋㅋ --;
[3] 가장 강렬하게 폭발했었던 장면이 (4회 마지막에서) 수연을 죽이고 혜림에게 전화를 걸어 ‘이제, 니 아들~! 내꺼야!’라고 외칩니다(늘 중의적이라니까?). 그리고는 바로 그 흉터를 긁습니다.
[4] ‘옛 연인’과 ‘내 새끼’일 가능성이 더 큰 애. 그리고 이 모자는 ‘세트’로 움직임. 흉터를 남긴 폭발 사건은 이 ‘세트’로 인해 발생하였음. 웃기게 말하자면 ‘그녀만 원하면 되는 게 없숴~!’가 기철의 과거였고, 앞으로 드러날 미스터리임. 과연 지금의 기철은 선우를 어떻게 간주할까? 선우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을까?
[5] 이런 걸 ‘알레고리’라고 하던가요?
[6] 선우에게 HDD의 존재와 실체를 처음으로&정직하게 알려주고(10회), 선우의 출생비밀 의혹을 처음으로&정직하게 심어준 사람은(9회) ‘기철 아빠’임.
그리고 그 HDD의 암호(비밀)을 풀 사람은 ‘우석 아빠’임. 그러므로 출생비밀을 선우에게 정직하게 풀(=해결, 해소)해줄 사람은 ‘우석 아빠’일 가능성이 높음.
이래서 두 아빠가 다 소중함. 작가님하가 대칭 및 대비, 쌍둥이 구조에 굉장히 집착하는 습성이 있다니까!!!!
[7] 그의 모습은 ‘세 번째 기회’라는 측면에서 성서 속의 ‘베드로, Peter’를 연상시킴. 그 여자 혜림 & 눈을 떠요 (9,10회) : 주석 [3] 항목 참조. 9회 회상씬을 통해 그는 두 번이나 태아시절 선우를 거절 및 부인하였음을 보여주었음.
베드로는 닭이 울기 전(새벽이 오기전에) 결국 예수를 3번이나 부인하였고, 예수 부활 후 목전의 그를 보고도 믿을 수 없어서 (창에 찔렸던)옆구리를 만져서 확인한 인물임. 결국엔 부활 예수의 ‘증언자’로서 생을 바쳤고 ‘믿음의 사도‘, ‘믿음의 반석’ 이라는 후세의 별칭을 얻음. 비록 종교적 믿음은 truth보다는 belief를 말하긴 한다고는 해도… 하여간 언어적(한국어) 측면에서 ‘Peter, 베드로 기철’은 이 드라마의 주요 화두인 「믿음이란? : true -> truth -> trust 」의 관점으로 고려해볼 가치가 무척 충분한 캐릭터적 속성임.
한편으로 원작의 페터Peter는 자신의 사건추적 과정중 주인공Eyal의 관련성을 찾아내게 되어 의심을 시작하지만, 결국은 Eyal을 믿고 도우며, Eyal이 겪는 수난의 가장 주요한 증언자이자 목격자, 그리고 해설자 역할을 함. 즉 이스라엘 사람들은 저 인물이 ‘Peter 베드로’라서 그 이름의 상징성으로 인해 그가 주인공 Eyal에게 어떤 존재인지 짐작하게 됨. 원작 Peter가 한국 드라마에서는 소실되어있는 데(=선우와 현태에게 나뉘어져 있는 줄만 알았는데), 이러한 뜻밖에 방식으로 원작의 Peter를 색다르게 살리기도 했다고 평가하게 될지도. 무려 원작의 Yasha 캐릭인 기철에게 특이하게 적용시켜버린 무시무시한 변형시도!
[9] 많이 알면 죽는다고 그가 그랬죠? --; ‘아아~! 기철 아빠~~~~~~~’ ㅠㅠ
그림을 그리지 말라고 (진실만을 말하는)그는 누차 경고했습니다. ‘가만(呵僈) 김현태 슨생’께서도 그냥 가만~히 있으라고 안그러면 뒈진다고 그러셨던가? 흡.
[10] 11회 대사 : ‘사랑해서라고 말하고 싶지만 실은 믿지 못한 거겠지. 아마 엄마도 (나랑) 마찬가지였을 거야.’ -> 뒷문장 ‘아마’부터는, 요건 파생오해임. 삐잌~! FALSE!
엄마는 선우 ‘너를 못믿는 게 아니고!’’ 자신의 마음을 못믿는 것 일지도. - 그녀는 자신의 모성을 지키려고 선우를 마냥 사랑하려고 굉장히 노력?하고 살은 사람임. 즉 본문의 2)번 내용이 선우가 착각하는 파생오해. 그리고 선우는 아직 이 갈등의 원인을 ‘믿음의 문제’로만 파악하고 있는 단계를 보여주는 장면. 곧 이 믿음의 문제가 왜 생긴 것인지 알아가는 과정에 접어들어가겠죠.
[11] 9~10회에서 엄마의 비밀을 드러내주는 방식을 보면(=선우를 27년간 뺏어가려던 괴물이자 침입자 공격자가 바로 그녀 자신, 좋게 표현하면 모성을 지키려고 선우를 마냥 사랑하려고 노력?한 여자), 이 드라마는 가족드라마를 표방하는 첩보 스릴러, 심리 스릴러에다가 미스테리 스릴러 장르까지 하이브리드 되어있는 것 아닌가요? 저는 소름이 돋았거든요. 모성을 두고 이렇게 그린 드라마를 처음봐서. 헐!
그리고 말입니다. 이 드라마가 그저 가족의 회복을 구현하는 가족드라마, ‘오오 가족가족가족!’ 이라면 저는 강경옥의 만화 「두 사람이다」도 가족드라마고, 호메로스(Homer)의 「오딧세이 Odyssey」도 가족드라마라고 말하겠습니다. 하하하. 적어도 제게는 이 드라마 정체는 ‘가족끼리 왜이래’같은 진짜 가족드라마가 결코 아니어요. 장르의 하이브리드 측면도 복합적이지만 담론적 부분들도 매우 복합적이지 않은가? 흡!
게다가 그냥 봐도 너무너무 재밌고!!
[12] 드라마 초반에 ‘무척 공들여서’ 보여주셨던, 수연. 수연 에피가 그 hint임. 그가 보여준 수차례의 멘붕모습의 이유, 악몽의 이유, 그리고 그녀의 가족을 기필코 구해주려고 필사적으로 매달렸던 이유. 물론 그 ‘답’을 제대로 따지고 보면, 엄마처럼 선우도 (아직까지의)윤진이와 절대 안.닮.았.음!
[13] 더불어 너무 잘생겼단 말이닷!! 멘붕을 하든 식은땀을 흘리든 뭐 그렇게 아름답기까지 한 겐지… 참나. 어이가 없을 수준.
여담이지만 11~12회를 두고 선우더러 ‘호구’라고 무진장 깠다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후문을 들었는데요. 이거이 그분들은 자신들이 잘못된 사고방식을 갖고 있진 않은지, 소인배 마인드 아닌지 자체점검들 하셔야 합니다. 내가 2009년 겨울, 아이폰3Gs를 갖고 다니니까 누가 제 아이폰을 훔쳐가도 마땅하다는 겁니까? 아니면 옆집에 사는 이쁜 지지배가 며칠 전에 길가다 성추행을 당했는데, 갸가 가끔 반바지입고 다니니까 당해 싸다는 겁니까? 눼?
선우를 패지 말고 차리리 그의 ‘미모’를 패세요. 선우 외모가 ‘골룸’이고 성격은 ‘오태식’이었으면 애당초 윤진이는 (보자마자 그가 탐나서)죄를 저지르지 않았을 거예요. 참나 --; (그녀는 착.한. 애니까)
[14] 카레는 이렇게 또 점점 미궁으로 빠지고 … 이어진 카레식탁씬에서 선우는 좋아한다고 대답하지만 이 눔을 아직 다 믿으시면 안됨. 위장의 달인이심. ‘빠르고 강하고 남 잘 속이고’
[15] 그리고 힘든 날조차도 (굴레같은) 집에 가면, 위장업무를 또 해야만 하니 ‘마중나온 엄마’ 자체가 그야말로 ‘한숨 폭폭 깝깝’의 심볼.
[16] 어쭈구리~! 이미 나도 알고 너 선우도 진작에 알고 있었을 대사를 작가님이 굳이, 새삼, 마치이제야 깨달은 척 다시 집어 넣는 이유는?
역시나 중의적인 것임을 알려주는 것고, 또 (아마도) 최종 부메랑(상대를 찌르고 시청자의 뒷골을 땡겨주고, 마지막으로 김선우 자신의 폐부를 찌를)을 하나 더 누적시키자는 분의 의지표현이기도 할 듯. ㅎ
그런데 한창 재밌게 읽는데 갑자기 각주들이...
스파이데이 코앞이라 미완성이시라니, 2편은 주말에 올려주시겠지요?!?
덕분에 각주까지 정독했는데...선우의 미모를 패라고 하신 부분 ㅋㅋㅋㅋㅋㅋ 솔직히 말해 선우의 미모가 뭔 죄겠어요. 미모에 홀리는 우리눈과 뇌를 패야지 ㅋㅋㅋㅋ
리뷰읽다 궁금해서 ㅎㅎ
본시 남한개새 or 남한개쉐 맞는데요. --;
그냥 개 견犬을 쓰면 좀 시시하고, '호' 같지 않자나요.
그래서 어차피 다들 '남한개쉐'로 읽으실테니까...옭아맬 '견羂' 자를 썼습니다.
남쪽에서 선우를 옭아매는 개쉐.
참고로 가만 김현태 슨상의 가만은 : '오만을 꾸짖다' 입니다. ㅋㅋㅋㅋ 실은 '넌 그냥 가만~히 있어, 안그러면 뒈진다? 나처럼 병신된다?' 에서 따왔습니다.
전 처음부터 지금까지 선우가 카레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믿고있는데 ㅋㅋ진실를 말해봐 김선우..
그러니까 결론은? 좋아하고 싫어하고 어느쪽인지 아직 모르겠다!!
아니...이렇게 쓰고보니 갑누나 글 그대로네요.
우린 선우가 그 흔한 카레를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도 모르고 있어요. 아직 그걸 안가르쳐주고 있는...
스파이의 부제는 김선우 미스테리라고 지어도 되겠어요.
혹시나 작가님이 카레미스터리 안풀어주시면 감독판 질문으로 올려야지!!ㅋㅋㅋ
필요하면 남을 잘 속이지만 본인이 솔직할수 있는 곳을 원했던 선우. 강하고 빠르지만 사람들이 희생되는 걸 싫어하는 선우.다음주가 막방이라니요ㅜ
5회에 등장하고, 11회던가?에도 등장하고, 어제 또 등장했죠? ㅋㅋㅋㅋ
저 글의 각주[2]에서의 선험적 예지자prophet 측면의 대사가 그거여요. 5회의 선우가 윤진에게 전화로 말할때는
그 뜻을 모르고 본인이 그냥 뱉죠.
작가의 화신이니까.(->prophet 이 가능함)
작품을 관통하는 테마(여정을 관통)를 선우가 이미 5회에서 말한거여요. 그땐 선우도 우리도 몰랐지만. ㅋ
게다가 11회에서도 그 느낌이 달라지고(선우가 먼가 알아가기 시작하면서, 결심하면서)
어제 13~14회에서도 그 느낌이 달라지죠?(선우가 제대로 알아가기 시작하고 해결을 위해 행동해나가니까)
(((((( 에이~ 다 못쓴 뒷부분에 적을 내용이었는데...푸하하하하하 )))))))
2편 기다리고 있을게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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